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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조선일보] 영유아 학대현장의 가다 - 폭행만큼 무서운 방임, 멍들어가는 아이들 2011-05-27

조회수:1056

[더 나은 미래] [Cover story]

영․유아학대 현장을 가다-폭행만큼 무서운 ‘방임, 멍들어가는 아이들

 

집안 전체에 쓰레기 뒹굴고 묵은 오줌냄새

어린이집 간식시간 전까진 아침밥 못 먹어

아토피 있는 아이 얼굴 물티슈로 닦아

 

문이 열리고 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집안 분위기에 적응을 하기도 전에 등 뒤에서 문이 닫혔다. 집안 전체에 오래 묵은 오줌냄새가 배어 있었다.

며칠간 사람의 손길을 타지 않은 집처럼 쓰레기와 잡동사니들이 뒹굴었다.

 

아침 10시 30분.

다섯 살, 네 살, 세 살의 세 아이가 있는 집이지만 음식 냄새는 나지 않았다.

아침이라고 하기에는 늦은 시간이었지만, 엄마는 방금 잠에서 깼다고 했다.

그 사이 아이들은 밥을 굶었다.

"큰애 유치원과 둘째, 셋째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10시 30분 정도에 간식을 주기 때문에 아침밥을 따로 먹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싱크대엔 중국집에서 배달이 온 것으로 보이는 그릇들이 놓여 있었다.

아직 국물이 남아 있었고 주위로 벌레가 모여들었다. 세

 살 막내가 뛰어다니다 유리문에 부딪히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했지만, 벽이나 바닥엔 충격을 완화해줄 수 있을 법한 것들이 붙어 있지 않았다.

 

"막내 얼굴이 새카맣다"는 얘기를 듣자 엄마는 근처에 있는 물티슈를 꺼내 아이의 얼굴을 박박 문질렀다.

아토피가 있다는 아이는 물티슈에 얼굴을 맡겨 놓고 눈은 다른 곳을 봤다.

그 사이에도 첫째와 둘째는 뛰어다니고 싸우고 울기를 반복했다.

엄마가 조용히 하라며 소리를 지르고 눈을 부라렸다.

 

엄마는 지난 4월 아이들을 '방임'하고 '폭행'했다는 이유로 영유아학대 가해행위자로 신고를 당했다.

 

가난은 이 작은 가정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일들의 원인이다.

엄마는 "첫째를 가질 때만 해도 집안 형편이 나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애가 태어나자마자 장난감도 사고 책도 사고 아이의 지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블록 쌓기 장난감도 샀다".

하지만 둘째와 셋째가 연년생으로 태어났고 그 사이에 집의 부채가 늘었다. 

"빚을 갚으려면 돈을 꿔야 했는데 아이 아빠나 내가 신용이 안 좋아서 돈을 꿀 수가 없었어요. 서민대출을 해준다는 곳도 별로 다르지 않았고요."

 

아파트가 낡은 탓에 층간 소음이 심하다.

아래층에선 수시로 찾아와 아이들 때문에 시끄럽다고 항의를 한다.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려다 보니 몇 번 때린 적이 있는데 그때 든 멍을 보고 학대라고 신고를 했나 봐요."

 바닥에 패드를 깔면 아이들이 넘어져도 안전하고 층간 소음도 덜 할 것이라고 얘기하자 엄마는 한숨을 내쉰다.

거실과 안방에 패드가 한 개씩 있지만 두 개에 21만원. 비싼 것을 샀다고 아이 아빠에게 혼났다고 한다.

 

가난도 가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이 가정의 '고립'이다.

빚에 시달리는 고향에서 도망치듯 나와 결혼을 한 탓에 친구도 없고, 고향집에 연락을 하지도 않는다.

가끔 일을 해보려고 일자리를 알아보러 다녔지만 이 지역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뚱뚱하다는 이유로,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올해 서른셋의 엄마는 우울증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동사무소 같은 곳에서 지원이 나오는 게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그런 건 잘 모른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이들 장난감을 대여하는 서비스가 있다는 얘기에도 "그런 건 잘 모른다"는 답이 돌아왔다.

마음이 답답해 술을 찾고 인터넷 게임을 찾고, 그 사이 아이들은 방임된다. 악순환이다.

엄마가 찾아가지 않는 한 한국의 복지 서비스는 먼저 찾아오지 않는다.

본인이 수급자인지, 차상위계층인지도 모른다.

 

의지할 곳이 없어 엄마는 주로 집안에 있다. 아이들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가면 그제야 쉰다.

좀 쉬고 일어나 인터넷 게임을 하거나 텔레비전을 본다.

엄마는 아이들이 하나 둘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두렵다.

집에서 아이들과 같이 있으면 무엇을 하느냐는 질문에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텔레비전도 보고 자기들끼리 놀고 나도 텔레비전을 보거나 인터넷을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엄마는 답답하다.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를 모르겠다고 한다.

소리를 지르고 때리는 것이 그나마 아이들에게 가장 잘 먹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엄마에게 아직 아이들을 잘 키워보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아동학대 가해행위자로 신고를 당한 지금, 엄마는 오히려 이번 기회에 아이들을 대하는 방법을 새로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얼마 전 첫째가 다니는 유치원에 갔었는데, 또래 여자 아이가 말을 너무 잘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평소 집안에만 있을 때는 별로 이상을 못 느꼈는데 다른 아이와 비교를 해보니 첫째 아이가 발달이 늦어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서는 지적 장애가 있을 수 있다며 다시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엄마는 첫째 아이가 선생님이나 의사를 하면 좋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아동학대 신고 후 지역에 있는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연결이 됐다.

처음엔 거부감이 있었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아이들과 엄마의 심리상담을 했고, 두 차례 정도 엄마를 위한 심리치료를 했다.

아직 여덟 번 정도가 남았는데 두 차례의 상담이 엄마에겐 도움이 됐다.

그동안 혼자 앓아왔던 문제들을 하나씩 드러내고 도움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못해준 것도 하나 둘 생각난다.

“막내 예방접종을 6개월 전에 하고 그 후로 한 것이 없어요. 폐구균 접종도 해야 하고 간염 접종도 해야 한다는데 어떤 건 돈을 달라고 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힘들지만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는 의지와 현실의 어려움이 뒤엉켜 있다.

조금만 밀면 쓰러질 것 같고,

조금만 끌어주면 일어설 것 같은 삶인데 이들을 도와줄 예산도 시스템도 보이지 않는다.

그 사이 부모는 아동학대 가해자가 되고 아이들은 피해자가 되고 있다.

 

 

* 자료출처 : 조선일보

* 보도일자  2011. 05. 2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