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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여성주의저널일다] 친권, 무엇이 문제인가 ③ 아동학대와 방임 2009-01-19

조회수:1430

우리 사회는 부모가 자녀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만연하고, 가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에 대해 문 밖의 사람들이 개입해선 안 된다는 금기가 강하다. 이러한 문화적 분위기는 가정 내 아동학대와 근친성폭력을 유발하고 방치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저와 동생은 큰엄마(아버지의 아내)와 배다른 언니 오빠들로부터 SOS에서 나올듯한 학대를 받으며 자랐습니다. 온 동네에, 학교에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맞고 맞고 또 맞고. 제 비명소리 시끄럽다고 입 틀어막고 때리고. 전 어릴 적 내가 이리 학대 받는 걸 온 동네사람들이 다 알고 온 학교사람들이 다 아는데 아무도 남의 가정사라고 저를 구해주지 않는다는 거. 그게 가장 몸서리치게 무서웠습니다.” 

37세 여성 A씨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집에서 겪었던 끔찍한 폭력에 대해 들려주며, “당시 저런 가족과 분리만 시켜줬어도” 자신의 미래는 달라져 있을 거란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가정과 격리 필요해도 ‘친권자 동의’ 없으면 불가능

아이를 학대하거나 유기하는 이가 다름아닌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인 경우, 학대행위를 중단시키고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선 먼저 가정으로부터 격리조치가 필요하다.

아동복지법에 따라 아동보호기관 직원이나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아동을 격리 보호할 수 있게 되어있지만, 3일 이상 보호하거나 치료를 하려면 친권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친권은 많이 문제가 됩니다. 아동이 위험에 빠졌을 때 부모와 분리시킬 수 있는데, 보호자 동의 없이 3일 정도는 가능하지만 이후 보호자가 애들을 달라고 하면 법적 근거가 없어집니다.” (서울시 아동복지센터)

"그나마 (형사고발 된) 아동학대 사례의 경우는 시설보호를 할 수 있도록 되어있지만, 친권을 주장하고 나서면 사실 해결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가겠다 하면, 법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 겁니다." (광주아동보호전문기관)

아동보호기관의 직원들은 아이가 친권자인 부모로부터 방치되거나 학대를 받을 경우에, 아이를 원 가정과 격리시켜 보호하려면 바로 그 친권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형편에 놓여 있어, 안타까운 일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일제히 말한다.

친권상실제도 작동안돼…사망에 이른 경우도 발생

법적으로 친권을 제한하거나 상실시키는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민법과 아동복지법, 청소년의 성 보호법, 그리고 가정폭력특례법에 관련 법령이 존재한다. 가족을 제외하고 친권상실의 선고를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은 검사와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 등의 행정기관의 장에게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동학대와 관련해 친권상실선고를 청구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서태원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교육홍보팀장은 “학대를 가족 내 문제로 인식하는 관습으로 인해, 분명히 (부모와) 분리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행정기관이 (친권상실) 청구한 적이 거의 없다”면서, 2007년에 발생한 한 사례를 들었다.

“아이가 정신과적 문제가 심각해서 강제 입원해야 하는데, 아버지가 (기초생활보장제) 수급권 비용 때문에 거부를 했습니다. 병원에 입원하면 수급비가 아버지 아닌 병원으로 가니까요. 아이안전 때문에 요청했는데 도에서 거부해서…. 결국 아이가 자살을 해서 사망했습니다. 분명 그렇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요청했는데, (친권상실) 청구하는 것조차 부담스럽다는 거죠. 이 정도 수준입니다, 지금.”

아이의 안전과 생존권이 위협을 당하는 경우조차, 행정기관은 친권상실을 청구해달라는 아동보호기관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친권행사의 제한 또는 친권상실의 선고를 청구하는 권한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제기되어 왔다.

아동학대 전담재판부 도입 필요성도 제기

이혜원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친권상실선고제도의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며, “핵심은 청구권자의 확대”라고 주장한다. “아동의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아동학대를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가정위탁지원센터 등 아동복지기관장이 친권상실의 선고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혜원 교수는 “친권을 전면적으로 상실시키지 않고 필요한 범위 내에서 부분적으로 제한하는 제도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현행 민법상으로는 자녀의 복리가 위태롭게 된 경우에 친권을 전면적으로 상실시키는 제도만 존재할 뿐이어서, 구체적인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다.

또한 아동을 부모로부터 분리하는 것뿐 아니라, “친가정이 아동양육의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친부모의 양육능력을 회복시키는 서비스도 함께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부 교수도 2006년 아동학대예방협회 학술세미나와 2007년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기획포럼 등에 참여해, 학대행위자의 친권제한과 아동보호를 위해 법적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왔다.

이호중 교수는 아동이 학대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강제적인 개입이 필요한 경우 “법원이 격리보호 명령, 현장조사 명령, 귀가조치 명령 등의 친권의 일시적인 제한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아동보호차원에서 이러한 절차가 신속히 처리되는 아동학대 전담재판부제도를 도입하는 등” 사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